후집(後集)16장냉철한 마음으로 열광했던 때를 바라본 다음에야 그 열광의 분주함이 무익한 것임을 알게되고 번거움에서 한가함으로 돌아가 본 후에야 한가한 재미가 가장 유장(悠長)한 것임을 깨닫게 뇌느니라.<원문原文>從冷視熱然後(종냉시열연후)에 知熱處之奔走無益(지열처지분주무익)하고 從冗入閑然後(종용입..
후집(後集)15장사람이 애써 당장에 쉬면 곧 당장에 쉴 수 있으되 만약 쉴 곳을 찾는다면 아들딸 결혼시킨 후에도 일은 많으리라. 승려와 도사가 비록 좋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으로는 역시 깨닫지 못할 지니라. 옛 사람에 이르기를 ‘만약에 당장에 그만 두면 곧 그만 둘 수 있지만 그만 둘 때를 찾는다면 그만 둘 때..
후집(後集)14장가물거리는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갖옷에 따스함이 없으니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은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싸늘히 식은 재와 같으니 완고한 공의식(空意識)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리라.<원문原文>寒燈無焰(한등무염)하고 敝裘無溫(폐구무온)은 總是播弄光景(총시파롱광..
후집(後集)13장석화의 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투어 본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의 뿔 위에서 장웅을 겨루어 보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겠는가.<원문原文>石火光中(석화광중)에 爭長競短(쟁장경단)인들 幾何光陰(기하광음)이리오 蝸牛角上(와우각상)에 較雌論雄(교자논웅)인들 許大世界(허대세계)리오 ..
후집(後集)12장산하와 대지도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는데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임에라! 피와 살과 몸뚱이도 또한 물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는데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임에라! 그러나 최고의 지혜가 아니면 밝게 깨닫는 마음도 없으리라. <원문原文>山河大地(산하대지)도 已屬微塵(이속미진)이어늘 而況..
후집(後集)11장하나의 사물 가운데 들어 있는 참맛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오호(五湖)의 풍경도 모두 한 치 마음 속에 들어오고 눈 앞의 천기(天機)를 간파할 수 있다면 천고의 영웅도 다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니라. <원문原文>會得個中趣(회득개중취)면 五湖之煙月(오호지연월)도 盡入寸裡(진입촌리)하고 破得眼..
후집(後集)10장손님과 벗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맘껏 술마시고 허드러지게 노는 일은 즐거우나 이윽고 시간이 다해 촛불이 가물거리고 향불도 꺼지고 차도 식고 나면 저도 모르게 도리어 흐느낌을 자아내어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어찌하여 일찍 머리를 돌리려 하지 않은가. <..
후집(後集)9장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곧 가을 하늘이나 갠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이는 곧 신선이 사는 곳이로다. <원문原文>心無物欲(심무물욕)이면 卽是秋空霽海(즉시추공제해)요 坐有琴書(좌유금서)면 便成石室丹丘(변성석실단구)하리라. <해의解義>마음 가운데 물질에 얽매이는 ..
후집(後集)8장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할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니 형체만 사용하고 그 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찌 금서(琴書)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원문原文>人解讀有字書(인해독유자서)로되 不解讀無字書(..
후집(後集)7장새의 지저귐과 벌레 소리는 이 모두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요 꽃봉오리와 풀빛 또한 진리를 표현하는 명문 아님이 없도다.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마음의 작용을 맑고 투철하게 하고 가슴 속을 영롱하게 하여 사물을 대함에 모두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리라.<원문原文>鳥語蟲聲(조어충성)도 總是..
후집(後集)6장 고요한 밤의 종소리를 들으며 꿈 속의 꿈을 불러 일깨우고 맑은 연못의 달그림자를 살피매 몸 밖의 몸을 엿보노라. <원문原文> 聽靜夜之鐘聲(청정야지종성)에 喚醒夢中之夢(환성몽중지몽)하고, 觀澄潭之月影(관징담지월영)에 窺見身外之身(규견신외지신)이니라. <해의解義> 깊고 고요한 ..
후집(後集)5장정취를 얻음은 많은 것에 있지 않으니 동이만한 연못이나 주먹만 한 돌 사이에도 안개와 노을은 깃들인다. 좋은 풍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 쑥대로 얽은 창문과 대나무로 엮은 집 아래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스스로 한가롭다. <원문原文>得趣不在多(득취부재다)하니 盆池拳石間(분지권석..
후집(後集)4장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가 스스로 짧다 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천박한 자가 스스로 좁다 하며 바람과 꽃, 눈과 달은 본래 한가롭건만 악착스런 자가 스스로 번잡하다 하는도다. <원문原文>歳月(세월)은 本長(본장)이나 而忙者自促(이망자자촉)하고 天地(천지)는 本寛(본관)이..
후집(後集)3장꾀꼬리 노래하고 꽃은 만발해 산이 무르녹고 계곡이 아름다워도 이 모두 천지거짓된 모습일 뿐이다. 물이 마르고 잎이 떨어져 바위가 앙상하고 언덕이 매말라야 비로소 천지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느니라.<원문原文>鶯花茂而山濃谷艶(앵화무이산농곡염)은 總是乾坤之幻境(총시건곤지환경)이요 水木..
후집(後集)2장낚시는 즐거운 일이지만 오히려 생살의 권세를 쥐고 있고 바둑과 장기는 맑은 놀이이지만 또한 전쟁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이로써 살펴보면 일을 즐거워하는 것은 일을 덜어 자적함만 같지 못함을 알 수 있도다.<원문原文>釣水(조수)는 逸事也(일사야)로되 尙持生殺之柄(상지생살지병)하고 奕..
후집(後集)1장산림의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진정한 산림의 맛을 터득하지 못해서이고 명리(名利)를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명리에 대한 마음을 다 잊지 못해서이니라. <원문原文>談山林之樂者(담산림지락자)는 未必眞得山林之趣(미필진덕산림지취)요 厭名利之談者(염명리지담자)는 未必盡忘名利..
제225장바람 자고 물결이 고요한 가운데서 인생의 참 경지를 볼 수 있고 맛이 담담하고 소리가 희미한 곳에서 마음의 본성을 알 수 있느니라.<원문原文>風恬浪靜中(풍념랑정중)에 見人生之眞境(견인생지진경)하며 味淡聲希處(미담성희처)에 識心體之本然(식심체지본연)이니라. <해의解義>인생에는 바람이..
제224장복사꽃과 오얏꽃이 비록 아름다우나 어찌 저 푸른 송백(松柏)의 굳은 절개와 같을 수 있으랴. 배와 살구가 비록 달다 하나 어찌 노란 유자와 푸른 귤의 맑은 향기와 같을 수 있으랴. 진실로 알겠도다. 고우면서 일찍 시드는 것은 맑으면서 오래 가는 것에 미치지 못하고 일찍이 뛰어난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
제223장군자는 어려움에 처해서는 근심하지 않으나 즐거움을 당하여는 근심하며 권세일은 사람을 만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고독한 사람은 만나면 안타까워 하느니라.<원문原文>君子(군자)는 處患難而不憂(처환난이불우)하고 當宴遊而惕慮(당연유이척려)하며 遇權豪而不懼(우권호이불구)하고 對惸..
제222장어린이는 어른의 싹이고 수재(秀才)는 사대부의 삭이다. 이때에 만약 불길이 약하여 완전하게 단련되지 않으면 훗날 세상을 살아가거나 조정에 섰을 때에 마침내 하나의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하느니라.<원문原文>子弟者(자제자)는 大人之胚胎(대인지배태)요 秀才者(수재자)는 士夫之胚胎(사부지배태)니 ..